혼란 속에서 재시작
재시작하기로 했다. 엄마...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요근래 엄마가 직장에서 남는 신문들을 가져다 주시고 계신데,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 신문들을 읽고서 내 생각을 일기로 써서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키보드를 가지고 다시 글을 적어본다.
잃어버린 게 있는 것 같았다. 사실은.. 왜냐하면 더이상 내 안에 열정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항시 되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신문 기사를 읽는 게 약간은 시시해졌다. 어떤 기사를 읽어도 진영 논리대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만드는 정치 구조도 내 사고관을 형성하는 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이리하여 격동의 시기인 지금 흐름을 하루라도 좇아가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기사를 되려 멀리하게 된 건 아닐까. 내 어린 생각으로는 건설적인 방향 대신 소모적인 논쟁이나 해대고 있는 것처럼만 보였다. 너무 비관주의자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새 대통령, 새 국회의장이 선출되는 등 한국 정치 국면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제 정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일어난 다각적 위기 - 에너지 안보나 식량 안보의 위기, 지정학적 위기와 같은 -에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세계 경제는 미국 긴축과 상술한 정치적 변수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아 침체하고 있다. 자타공인 대외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역시 세계 경제의 혼란과 침체 속에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라는 3고 상황에 빠져 있다. 1달러에 1,300원이라는 기가막힌(?) 수치가 보여주듯, 원화값이 평가절하하니 한은은 이를 방어하겠다고 외환보유고를 줄이는 정책을 폈다. 갖고 있던 달러를 팔아 원화 가치를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더욱이 무역 수지는 적자가 나는 바람에... 외환보유고를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 나라의 대외적인 신용도를 나타내는 국가 신인도의 하락이 나타난다.
물가도 문제다. 6월 물가 상승률이 6%대였나...? 냉면 한 그릇이 이젠 만 원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5.0% 늘어났지만, 물가가 최저임금보다 더 올라가면 실질적으로 임금은 하락한다. 그럼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 이렇게 물가가 치솟는 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고유가와 식량 공급 위기 두 축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유가 상승은 기본적으로 석유 에너지값 상승과 석유화학 제품값의 상승을 불러일으키고, 운송비 상승까지 일으켜 결과적으로 우리 생활에 들어오는 물건 값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여기에 정부가 유류세 인하나 운송 보조금..? 같은 대안을 마련했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한은은 이 물가 폭등을 잡으려고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 같다. 최근에 한은이 첫 빅스텝을 밟으면서 1.75%였던 금리가 2.25%가 되었다. 원래 금리는 찔끔찔끔 올리거나 내려왔다. 이번에 한은이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을 감안하면서도 0.5%p 금리 인상한 것은 미국 연준도 0.75%p 인상이라는 빅스텝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자 우리나라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인데, 이러한 이유는 좀더 공부해봐야 알겠지만... 뭔가 증권시장과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인 것 같다.
복잡한 경제를 다 이해할 수는 없고, 내가 심도 있게 경제를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지만 경제는 재밌는 부분이다. 슬쩍슬쩍 들여다보면 경제는 꽤나 다양한 변수에 영향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얘기한 금리나 물가 같은 내생변수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전쟁이나 선거 결과 등 정치외교 영역 외생변수의 변화가 경제에 어떤 충격을 가져다주는지도 생각해볼 지점이 많다. 경제를 좀더 공부해볼까 하며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 있다.
1) 신문에서 경제 변화를 바라보는 게 재밌었다
2) 경제 공부를 하게 됐다
3) 관련 대외활동을 하게 됐다
4) 경제지에 관심이 생기게 됐다
5) 경제지 합격(?)
이런 스토리도 구상해봤다. 저건 경제지에 한해 써먹을 만한 스토리겠지만 ㅋ... 역시 자소서는 자소설처럼 써야하는 것 같다. 근데 1까지는 절반 정도 사실이다. 왜 절반이냐면 앞서 말했듯이 신문 읽기가 좀 귀찮아진 것도 있고, 그보다 더 큰 문제로 신문 읽기보다 재밌는 게 눈앞에 가득하기 때문.
이렇게 미래를 계획하고 계획을 실천하는 것보다 현재 재밌는 것을 더 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생각도 해봤는데 이것도 경제학에서 설명해준다. 행동경제학이라는 꽤 신생 경제학이 있는데, 거기서 나온 내용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하자면 눈앞의 즐거움에 대한 할인율은 매우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나도 오래전에 읽은 내용이라 기억을 되찾아봐야 한다. 우리가 은행에 적금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원금 + 이자이다. 즉, 현재 이익을 포기하고 미래 이익을 얻겠다는 것인데 적금 이율이 높을수록 우리는 보통 좋아한다. 예를 들어, 이자율이 5%일 때 100만원을 1년 동안 적금한다면 현재 100만원은 1년 뒤 미래의 105만원과 같다. 이처럼 이자율은 현재 가치를 미래 가치로 환산한 것이라면, 할인율은 그 반대이다. 즉, 1년 뒤 미래의 105만원은 현재 100만원과 같다. 수식으로 나타내면
(미래의 105만원) = (현재의 100만원) * 1.05
(현재의 100만원) = (미래의 105만원) / 1.05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할인율이 높을수록 미래 가치는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등식에서 이자율을 극단적으로 올려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자율이 100%가 된다면 (1.05 -> 2.0) 1년 뒤 미래의 200만원은 현재의 100만원과 같다는 소리다. 분명 돈의 액수는 늘어났지만, 마트 가서 살 게 오히려 줄어든다. 이처럼 할인율은 낮을수록 미래 가치가 상승한다.
그렇다면 이 탱자탱자 노는 것은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느냐? 이 얘기를 하려고 장황하게 서술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이론을 주장한 사람에 따르면, 탱자탱자 노는 행동은 미래에서 현재로 가까워질수록 할인율이 낮아진다. 수험생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제일 직관적인데, 시험 전날에 노는 것은 합리적으로 썩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시험 전날에서 오늘까지 거슬러 올라오게 되면, 당장 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왜? 노는 것에 대한 미래 가치는 현재 T에 올수록 높아지기 때문.
뭔가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암튼 뭐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