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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대로 적은 글/일상의 일기

20230302

by 생각하는지성 2023. 3. 3.

답답한 마음에 끄적이는 일기.
입대일은 다가오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많아서 오늘만 약속을 두 개 잡았다. 근데 불상사가 일어날 것까지 대비해 일정을 넉넉하게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늘 점심을 천안에 친구네 학교에서 먹고 5시까지 수원에 도착해 저녁 약속에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천안에서 친구를 만난 다음 수원으로 돌아오는 길은 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천안에서 버스가 계속 만석이었던 터라 예상과는 달리 버스에 올라타지 못했던 것이다. 급한 마음에 택시까지 잡아보려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겨우 잡은 택시를 타고 천안역까지 갔으나 이미 기차는 놓친 뒤였다.

그동안 기차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그때마다 항상 ‘이러다 다음번엔 정말 놓치는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 마음도 점차 무뎌졌었다. 약속시간에 늦게 되더라도 이번만 모면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후회가 컸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약속임에도 늦어 그 사람에게 미안할 일을 만들게 된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너무나도 미안했다. 동시에 이 딜레이는 내 습관에서 자초된 일임에도 늦게 온 버스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또한 추했다.

이미 떠나간 기차를 뒤로 하고 플랫폼에 앉아 허탈하게 앉아있었다. “약속에 늦지 않으려면 내가 약속장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역산해봐야 해“ 라고 말씀해주신 아버지의 조언이 떠올랐다. 그때의 세세한 상황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처럼 내가 늦장 피우다가 약속에 늦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내가 믿는 정론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정말 중대한 일을 그르치겠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시간 약속은 어느 공동체에서 있건 가장 기본이 되는 약속이다. 작은 약속부터 지켜 신뢰받는 사람이 되어야겠다.